이장우 대전시장 “실익 없는 통합은 안 된다”…행정통합 ‘주민투표’로 주도권 시민에
이장우 대전시장이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의 핵심 기준으로 ‘시민의 뜻’과 ‘민주적 절차’를 전면에 내세우며, 실질적 혜택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주민투표 추진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통합 자체의 명분을 부정하기보다, “알맹이 없는 통합은 동의받기 어렵다”는 선을 분명히 그은 셈이다.
이장우 시장은 26일 주간업무회의에서 행정통합을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과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시대적 소명”으로 규정하면서도, 단순한 물리적 결합에 그친다면 시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가 한시적이거나 종속적인 형태에 머문다면 통합의 체감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핵심은 ‘주민투표’다. 이 시장은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시민 목소리가 높아지면 시장은 시민의 뜻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통합 논의의 속도를 정치권이나 행정권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구도를 경계하면서, 최종 판단의 무게중심을 시민에게 돌려놓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대전시 내부에는 ‘대비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이 시장은 대전의 도시 경쟁력이 각종 통계 지표에서 상승 흐름을 보인다는 점을 언급하며, 실질적 효과가 불분명한 통합안에 대해 시민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실무진에 주문했다.
통합 논의가 “되는 방향”으로만 달릴 것이 아니라, “되어야 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경고다. 시정의 미래를 ‘형식적 통합’에 맡기지 않겠다는 배수진이기도 하다.
주목되는 대목은 행정통합이라는 거대 담론과 함께 ‘민생 경제’ 과제를 동시에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이 시장은 최근 자영업자 체감경기가 악화하고 물가 상승으로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상반기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고 현장 중심 지원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성실하게 일하는 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행정이 체감정책으로 답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경제 정책의 ‘성과’와 ‘확대’ 메시지도 곁들였다. 시의 지역 브랜드 육성 사업을 통해 매출이 51% 증가하고 고용이 75% 늘었다는 성과를 공유하며, 창의적 기업과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통합 논의가 자칫 행정 의제에만 매몰되며 민생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대형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에 대한 속도전도 강조됐다. 철도 건설 등 주요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독려하면서, 행정 절차상 서류·정보 전달 과정의 문제를 점검해 지연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동시에 폭설 대응 과정에서 제설작업에 투입된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새벽·야간 근무 안전과 근무 여건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행정통합 논의의 프레임을 ‘정치적 합의’나 ‘입법 속도전’에서 ‘시민 체감성과’로 옮겨 놓는 효과를 낳는다. 주민투표는 복잡하고 비용이 드는 절차이지만, 그 카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현재 논의 중인 지원책과 자치권 수준이 시민 눈높이에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동시에 중앙정부와 국회를 향해 “항구적 법·제도 장치로 실익을 증명하라”는 압박 메시지도 담겼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지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지로 거론돼 왔지만, 통합이 곧바로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장우 시장이 “실익”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통합의 명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향후 통합 논의는 ‘인센티브의 지속성’ ‘자치권의 실질 수준’ ‘재정·행정 권한의 구조’ 같은 구체적 설계로 옮겨가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결국 관건은 하나다. 시민이 “통합을 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라는 질문에 납득할 만한 답을 얻을 수 있느냐. 주민투표 가능성을 꺼내 든 대전시의 이번 메시지는, 통합 추진의 엔진을 ‘명분’에서 ‘체감 가능한 실익’으로 교체하라는 요구로 요약된다.
논의의 주도권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선언이 일회성 발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이 ‘실익의 조건’을 놓고 보다 정교한 협상과 설계를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