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핵심 쟁점 정리’ 단계로 진입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광주전남 특별법 검토 시·도지사-국회의원 제4차 간담회’에서 광주·전남은 통합 지방정부의 명칭과 약칭을 두고 잠정 결론을 도출했고, 청사 운영 방식도 분산 운영 기조로 정리되는 흐름이다. 논란이 남더라도 쟁점 자체를 의제화하고, 출범 이후 의사결정 주체를 명확히 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반면 대전·충남은 통합의 내용보다 통합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먼저 확장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제시한 지원책을 두고 “실질적 분권이 빠진 인센티브”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전 지역에서는 통합이 ‘단순 결합’으로 비칠 경우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주민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주민투표 포함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문제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대전과 충남을 합산하면 인구 약 357만 명 수준, 면적은 약 8,787㎢에 이르는 ‘대형 광역권’이 된다.
통합 논의가 현실화될수록 운영 난이도는 커진다. 이때 통합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특별시라는 간판이 아니라, 어떤 권한을 어느 수준까지 가져오느냐는 ‘분권의 내용’이다.
대전·충남 논의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권한 패키지’의 구체화다.
예산과 세수 구조, 규제와 계획 권한, 대형사업 심사 체계, 조직·인사 운영 방식이 특별법에 어떤 형태로 담길지에 따라 통합이 ‘실질적 자치’가 될지, 아니면 ‘명칭만 바뀐 통합’이 될지가 갈린다. 여기에 청사 운영 원칙(본청·분산청사), 의회·행정구역 조정, 교육자치 체계 같은 쟁점까지 포함하면, 지역 내부 합의 없이 속도만 낼 경우 출범 이후 혼란은 예고된 수순이 될 수 있다.
광주·전남의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논란이 큰 의제라도 테이블 위에 올려 결론을 만들고, 합의가 어려운 사안은 결정의 ‘원칙’과 ‘절차’를 먼저 설계한다는 점이다.
대전·충남도 지금 필요한 것은 공방의 확대가 아니라, 쟁점의 공개화와 협상 구조의 출범이다. 주민투표가 필요하든 아니든, 그 이전에 공론화·설명·숙의 등 시민 동의 절차의 로드맵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투표’가 통합을 흔드는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통합의 정당성을 세우는 제도로 기능할 수 있다.
특별법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면, 지역 내부에서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은 급격히 줄어든다. 대전·충남이 진정으로 ‘실질 분권’을 원한다면 지금이 마지막 설계 구간이다. 통합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권한과 재정, 절차를 먼저 설계한 지역이 통합의 주도권을 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