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람을 만나온 이들은 안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무너지지 않지만, 한번 꺼진 삶의 의지는 쉽게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들 가운데는 종종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젠 죽고 싶어요.”“그리운 사람도 없습니다.”“하고 싶은 것도 없어요.”
처음에는 삶의 포기로 들렸다. 그러나 오래 귀 기울여 보니 그것은 죽음을 향한 말이라기보다, 더 이상 기대할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마음의 고백에 가까웠다.
사람은 희망이 사라질 때 늙는다.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기다리는 일이 없어질 때 마음은 빛을 잃는다. 보고 싶은 사람, 다시 가보고 싶은 곳,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작은 설렘이 삶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회복의 순간은 늘 사소한 곳에서 시작된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이름을 기억해 주고, 안부를 물어줄 때 사람들의 표정은 조금씩 달라진다.
어느 날은 묻는다. “다음에도 올 수 있나요?”
또 어떤 날은 말한다. “다시 배우고 싶은 게 생겼어요.”
그 순간마다 마음속으로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아, 다시 살고 싶어지시는구나.’
회복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무너진 마음에 다시 작은 기대 하나가 들어오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은 서둘러 회복되지 않는다. 외로움과 상실이 깊었던 만큼, 다시 살아갈 이유도 천천히 자라난다.
우리는 무엇이든 빨라야 한다고 믿는 시대를 살아간다. 그러나 마음은 계절처럼 움직인다. 충분히 견디고 머문 뒤에야 비로소 다음 자리로 나아간다.
삶은 서두를 때보다 천천히 회복될 때 더 깊어진다.
그날, 그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는… 내일이 조금 기다려집니다.”
[필자 소개]강양자 | 교육학박사·사회복지사·KS행복경영연구소장40여 년간 교육·복지 현장에서 인간의 존엄과 삶의 질을 연구해 왔다. 최근에는 ‘관계의 기술’로서의 나눔과 웰 리빙(Well-living) 문화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