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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일반

오늘도 사회복지사입니다 - 소진과 회복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늘었습니다

현승수 기자입력 2026. 06. 29. 10:49 · 수정 2026. 06. 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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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 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 대표
박 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 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 대표

 

아침 7시 50분.

출근 준비를 마치고 가방을 들려던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른 아침부터 보호자의 전화였다.

선생님, 우리 ○○이가 그러는데 왜 라면을 먹지 말라고 하셨어요?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개 하시면 어떻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며칠 전 일이 떠올랐다. 이용자는 종종 내게 말했다.

집에서는 라면을 주로 먹어요. 밥을 잘 안 먹고 센터에서 먹는 한 끼가 거의 다예요.

실제로 이용자는 집에서 주로 라면이나 간편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호자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보호자가 우울증으로 인해 식사를 챙기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도 있었다. 센터에서는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위해 균형 잡힌 식사를 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용자는 점심시간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는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급하게 먹어 구토를 하기도 했다. 체중도 증가한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다. 센터에서만큼은 건강하게 식사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라면을 먹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밥을 먹는게 좋다고 권유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용자는 선생님이 라면을 먹지 말라고 했다 고 받아들였고, 결국 보호자의 항의 전화로 이어졌다. 전화를 끊고 나니 예전에 보호자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제가 우울증이 있어서 ○○이 밥을 챙겨주는 게 쉽지 않아요. 이용자의 건강도 걱정되었고, 보호자의 어려움도 이해되었다. 이용자 역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다만 서로의 마음이 조금 다르게 전달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나는 좋은 마음으로 한 말이었는데….

앞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하나?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요즘 내 한숨이 부쩍 늘었다는 것을.

사회복지사의 한숨은 어디에서 오는가

사회복지사는 늘 누군가의 삶을 걱정한다. 이용자의 건강, 보호자의 어려움, 가족의 갈등까지 살피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힘든 상황이 생겨도 우리는 쉽게 이렇게 말한다.

이 정도 일로 힘들다고 하면 안 되지.

내가 조금 더 이해하면 되지.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러다 어느 날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와 무기력감이 찾아온다. 출근 전부터 한숨이 나오고, 작은 일에도 쉽게 지치며,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미국의 심리학자 크리스티나 마슬라크(Christina Maslach)와 수전 잭슨(Susan Jackson, 1981)은 소진(Burnout)을 ▲정서적 고갈 ▲비인격화 ▲개인적 성취감 감소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설명하였다. 특히 정서적 고갈은 오랜 시간 타인을 돌보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돌보지 못할 때 나타나는 심리적 탈진 상태를 의미한다. 사회복지사는 공감하고, 조정하고, 중재하는 일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억누르는 경우가 많다. 결국 반복되는 감정노동은 소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출근도 하기 전에 한숨이 나오고, 이유 없이 피곤하며, 작은 일에도 쉽게 지친다면 그것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최선을 다해왔다는 몸과 마음의 신호일 수 있다.

소진을 알아차리는 작은 연습

소진을 예방하기 위해 거창한 방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선 오늘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일을 한 문장으로 적어보자.

보호자의 전화가 하루 종일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느낀 감정을 적어보자.

억울함 답답함 미안함 안타까움 지침

심리학자 제임스 페네베이커(James Pennebaker, 1997)는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심리적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퇴근 전에는 감사했던 일 한 가지를 기록해 보는 것도 좋다.

이용자가 웃으며 인사해 주었다.

동료가 커피 한 잔을 건네주었다.

바쁜 하루였지만 무사히 마무리했다.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이 지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기도 한다. 오늘도 누군가를 위해 애쓴 당신에게 사회복지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도 누군가를 위해 진심을 다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때로는 해결하지 못한 일보다,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 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오늘 하루도 누군가를 위해 애쓴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수고했다.

한숨이 늘었다는 것은 내가 약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혼자 애써왔다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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