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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늘도 사회복지사입니다 - 소진과 회복 사이에서

침묵은 말이 없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박미영 문학박사 기자입력 2026. 07. 06. 09:51 · 수정 2026. 07. 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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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동그라미심리센터 대표
박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동그라미심리센터 대표

 

처음 이용자를 만났을 때, 이용자는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침묵과 행동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질문을 해도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언어적 상호작용만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보호자는 억지로 질문하거나 답을 요구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 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반복하기보다 상황을 먼저 설명하고 활동을 예고하는 방식으로 지원 방법을 조정 하였습니다.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갈게요.

조금 있다가 이동할게요.

지금은 프로그램 시간이에요.

이처럼 이용자의 반응을 요구하기보다 먼저 안내하고 함께 흐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지원하였고, 이해 여부를 확인하기보다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이용자는 언어적 표현이 거의 없었지만, 표정과 행동, 시선의 움직임 등 비언어적 반응은 지속적으로 관찰되었습니다. 다만 그 의미를 즉각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어느 날 음악을 듣던 중 이용자가 조용히 눈물을 흘렸습니다. 특정한 질문이나 사건과 연결된 반응이라기보다 음악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감정으로 보였습니다. 그 의미를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감정적으로 함께 머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감정이 슬픔인지, 기억인지, 혹은 말로 표현되지 못한 다른 형태의 감정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순간 이용자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접근 방식은 크게 바꾸지 않았습니다. 동일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활동을 예고하며, 이용자의 속도에 맞춰 일상적인 과정을 이어갔습니다. 이동, 식사, 활동 참여 모두 사전 안내 후 진행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빈도가 증가하였고, 현재는 짧은 단어 수준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특정 질문이나 단일 개입의 결과라기보다 반복된 안정적 경험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기다림도 사회복지사의 실천일까?

사회복지 현장은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 는 압박 속에 있습니다. 질문하고,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그러나 일부 이용자에게는 적극적인 개입보다 기다림 이 중요한 개입이 될 수 있습니다.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이용자의 속도를 존중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적극적 실천입니다.

심리학자 Carl Rogers는 인간이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과 공감적 환경 속에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John Bowlby는 안정된 관계 즉 안전기지 가 형성될 때 개인이 외부 환경을 탐색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이용자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가능해지는 안전한 관계와 환경을 형성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다림을 실천하는 작은 방법

답을 요구하기보다 상황을 먼저 설명하기

행동 전에 예고하여 불안을 줄이기

이용자의 속도에 맞춰 진행하기

행동과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작은 변화도 기록하고 의미 부여하기

처음에는 기다리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기다림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다림 속에서 이용자가 이곳을 안전한 공간으로 느끼도록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용자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언어를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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