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걷다 보면 유난히 곧고 멋있게 자란 나무가 있는가 하면, 비좁은 바위 틈새를 비집고 나와 뿌리를 내린 나무들도 있다. 외력으로 인해 구부러진 채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비틀린 모습으로도 약속된 날들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나무들도 있고 어떤 나무들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고 열매를 맺는 등 저마다 뿌리를 내리고 자신만의 계절을 살아간다. 다른 나무들에 핀 꽃과 열매들을 시기질투 하느라 자신의 계절을 놓치는 나무는 결코 없다. 그렇게 나무들은 수백년의 시간들을 견뎌내며 숲을 이룬다. 숲은 자아존중감(Self-esteem)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교실이다. 과거 자아존중감은 자신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느냐에 초점을 두었다면 최근 자아존중감 연구와 교육의 흐름은 자신의 강점뿐만 아니라 약점까지 받아들이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맺음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힘을 주목한다. 소나무는 참나무처럼 자라려 하지 않고, 단풍나무는 열매를 맺는 잣나무를 부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자아존중감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크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존중의 힘과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이 더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자아존중감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회복’이다. 강한 나무는 비바람을 한번도 맞지 않은 나무가 아니라 수많은 자연의 섭리(攝理)를 견디는 동안 상처가 나고 가지가 부러져도 묵묵히 다시 새순을 틔우는 나무이다. 세월에 오랜시간들을 견뎌낸 고목(古木)들은 크고 작은 옹이들을 가지고 있다. 옹이는 외부의 위력으로 인해 난 상처가 회복된 흔적으로 나무는 그 흔적을 감추거나 지우지 않고 옹이로 품은 채 살아간다. 옹이는 나무의 가치가 줄어들게 하는 것이 아닌 상처를 입었음에도 이겨내고 살아낸 시간들을 증명하는 기록이며 훈장이다. 숲은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삶에서 중요한 것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의 상처도 다르지 않다. 상처는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외력으로부터의 시련을 이겨낸 성장해 온 삶의 흔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관점에서 자아존중감은 자신을 높이는 기술이 아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실패를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타인과 조화를 이루면서 자신의 가치를 잃지 않는 힘이다. 모든 나무가 반드시 거목이 될 필요는 없다. 작은 나무도 구부러진 나무도 천천히 자라는 나무일지라도 모두 숲의 소중한 구성원이다. 천천히 자란다고 성장이 멈춘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계절을 준비하는 것으로 옆 나무와 비교하고 경쟁하기 보다 자신의 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전한다.
목재놀이가 오늘날 더욱 주목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목재는 살아있는 나무의 시간을 품고 있다. 이를 매개로 하는 창의적 놀이활동들은 아이를 도전으로 이끈다.
목재놀이는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을 통해 자신만의 놀이를 만든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아이는 이러한 과정들에서 자신만의 크고 작은 성취들을 경험하고 이 경험들은 "내가 해냈다"는 자신감을 키우며 결국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건강한 자아존중감의 뿌리를 장착하게 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은 높이 자라기만 하는 큰 나무가 되는 삶이 아니다. 주어진 삶에서 어떤 계절을 마주하더라도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고 어렵더라도 한번 더 도전해 보는 흔들림 속에서도 꺽이지 않는 단단한 나무의 삶이다. 자아존중감은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회복력을 가지는 것이고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울면서도 해내는 것이다.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감을 멈추지 않는 것 자아존중감의 미래는 타자들 보다 더 높아지고자 하는 경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단단히 지탱할 수 있는 뿌리를 키워가는 성장에 있다.
아동복지학을 전공한 문학박사이자 공직경험을 갖춘 교육, 복지분야 전문가로 교육프로그램 개발, 운영 정책기획 등의 연구 활동을 통해 현장과 행정을 연결, 유아교육 및 가족복지를 위한 실제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음.
또한 워크북, 저서 집필 등을 통해 전문 지식들을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며 유아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 건강한 공동체 형성, 미래세대의 행복한 성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데 힘써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