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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회복지사입니다 – 소진과 회복 사이에서

좋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현승수 기자입력 2026. 07. 17. 16:45 · 수정 2026. 07. 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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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 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 대표  
 박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 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 대표  

 

좋은 사회복지사라면 이용자의 요구를 가능한 한 모두 들어줘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사회복지사로 처음 현장에 들어왔을 때 저는 좋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용자가 요청하는 일이라면 가능한 한 모두 수용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작은 거절조차 이용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부탁을 거절하는 일이 늘 어려웠습니다.

특히 한 이용자는 만날 때마다 자신의 삶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사회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불신, 결혼에 대한 비관, 가족에 대한 원망, 자신에 대한 낮은 평가가 대화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의 말을 상대가 잘 알아듣지 못해 다시 질문하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냐며 감정을 드러냈고 공감하면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반대로 다른 관점을 조심스럽게 설명하면 자신을 바보 취급한다고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은 심한 감기 증상으로 코로나가 의심될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하고 있었지만 이용자는 상담이 끝난 뒤에도 쉬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몸은 쉬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지금 거절하면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붙잡혀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쉬어야 할 몸을 이끌고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료 사회복지사가 이용자에게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많이 아프시니 오늘은 제가 이야기를 들어드릴게요. 그러자 이용자는 화를 내며 욕설을 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순간 허탈함과 무력감이 밀려왔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결국 이런 반응이 돌아오는구나.

그날 이후에도 비슷한 일은 반복되었습니다. 다른 이용자들의 부탁도 쉽게 거절하지 못했고, 상담 시간이 끝난 뒤에도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업무를 미루면서까지 요구를 맞추려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이용자를 위한 배려이자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업무는 점점 밀려갔고, 감정은 빠르게 지쳐갔습니다. 여러 이용자의 요구가 한꺼번에 몰리는 날이면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할까, 조금만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는 자책이 반복되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지키려 했던 것은 이용자의 마음만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사회복지사라는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제 마음도 함께 지키려 하고 있었습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것을 친절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관계가 멀어질까 두려웠고 실망을 안겨줄까 불안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 두려움은 제 건강과 감정을 조금씩 소진시키고 있었습니다. 좋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던 저는 어느새 거절하지 못하는 사회복지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경험은 제가 생각했던 좋은 사회복지사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용자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는 사람이 좋은 사회복지사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좋은 사회복지사는 모든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솔직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이용자를 돕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건강과 삶까지 희생해야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제가 경험했던 감정은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스토버와 오토(Stoeber & Otto, 2006)는 타인의 기대를 지나치게 충족시키려는 자기희생적 완벽주의가 번아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매슬라크와 라이터(Maslach & Leiter, 2016)는 번아웃이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지속적인 정서적 부담에서 비롯되는 직업적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반면 네프(Neff, 2011)는 자신에게도 친절함을 허용하는 자기자비(Self-Compassion)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회복력을 높이고 번아웃을 예방하는 중요한 보호요인이라고 설명합니다.

사회복지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요구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능력이 아니라 도울 수 있는 것과 도울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건강한 경계를 지키면서 오래 함께할 수 있는 힘입니다.

저는 아직도 이용자의 부탁을 거절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이 좋은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퇴근할 때마다 조금만 더 잘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요즘은 퇴근길에 스스로에게 조용히 한마디를 건넵니다.

오늘도 애썼어.

모든 이용자의 요구를 다 해결하지 못했더라도,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이 작은 말 한마디가 내일도 이용자와 함께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좋은 사회복지사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내일도 이용자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마음으로 저는 내일도 다시 현장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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