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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회복지사입니다 – 소진과 회복 사이에서

왜 나만 이렇게 바쁠까

현승수 기자입력 2026. 07. 22. 09:38 · 수정 2026. 07. 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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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발달연구소, 사회적협동조합&동그라미심리상단센터 대표
박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발달연구소, 사회적협동조합&동그라미심리상단센터 대표

 

박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동그라미심리센터 대표
박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동그라미심리센터 대표

 

사회복지사가 바쁜 직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를 지원하는 일만큼이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운영하며 그 과정을 기록하고 평가를 위한 서류까지 꼼꼼히 작성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은 현장에 와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이용자와 함께 시작됩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상담을 하고, 지역사회 활동을 함께하며 이용자의 작은 변화와 감정을 살피고 안전을 확인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비로소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그때부터는 서비스 제공기록지와 프로그램일지, 사례기록 등 하루 동안의 활동을 정리하고 각종 행정업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시작됩니다.

평소에도 작성해야 할 서류는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평가 기간이 되면 준비해야 할 자료는 훨씬 많아집니다.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운영했더라도 계획서와 결과보고서, 증빙자료, 사진 정리, 회의록 등 다양한 서류를 다시 준비해야 합니다. 이미 작성한 기록이 있는데도 평가에 맞게 같은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작성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용자들이 모두 귀가한 뒤에야 밀린 서류를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하루 동안의 활동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은 훌쩍 지나 있습니다. 아직 끝내지 못한 기록지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일했는데, 정작 내 일은 하나도 끝내지 못했구나.

집으로 돌아와도 마음은 사무실을 떠나지 못합니다.

내일은 조금 더 일찍 출근해야 하나.

오늘 못한 서류를 언제 하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결국 화살은 나 자신에게 향합니다.

내가 일을 못하는 걸까?

하지만 현장을 돌아보니 저만의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왜 나만 이렇게 바쁘지?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 것 같은데….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교는 자책이 되었고 자책은 어느새 소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문제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이용자를 지원하는 사람인 동시에 상담자이고, 기록자이며, 행정 담당자이고, 프로그램 기획자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양춘희 등(2015)은 직무스트레스요인이 직무소진과 조직유효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에서 역할과부하가 직무소진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또한 직무소진은 직무만족과 조직몰입을 낮추고 이직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사람이 지치는 이유는 단순히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역할과 책임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구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기록은 사회복지사에게 꼭 필요한 업무입니다. 기록은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같은 내용을 여러 서식에 반복해서 작성해야 하는 현실은 사회복지사의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를 지치게 하는 것은 기록의 양복다 같은 내용을 여러번 작성해야 하는 반복적인 구조인지도 모릅니다. 평소 작성하는 기록이 평가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사회복지사는 컴퓨터 앞이 아니라 이용자 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구조를 혼자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소진을 그저 견디기만 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업무를 세 가지로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하면 되는 일, 그리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일입니다. 모든 일을 한꺼번에 끝내려 하기보다 중요한 일부터 차근차근 처리했고, 급한 일에만 끌려다니지 않도록 우선순위를 정했습니다.

작은 변화였지만 퇴근 후 집까지 일을 가져가는 날이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자책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소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만, 회복은 아주 작은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모든 일을 끝내지 못했다고 해서 부족한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역할 속에서도 이용자의 하루를 함께하고, 그 곁을 지켜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오늘의 역할은 충분히 해낸 것입니다.

사회복지사는 오래 현장을 지켜야 하는 사람입니다. 기록은 이용자의 권리와 서비스의 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록이 사회복지사의 소진을 만드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평소 작성하는 기록이 평가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사회복지사는 반복되는 서류보다 이용자와 함께하는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복지사가 사람 곁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소진은 줄어들고 그만큼 복지는 더욱 따뜻해질 것입니다.

오늘도 바빴다는 것은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를 책임지고 함께 걸어왔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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