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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회복지사입니다 – 소진과 회복 사이에서

나는 왜 휴가를 다녀와도 쉬지 못할까

현승수 기자입력 2026. 08. 02. 11:55 · 수정 2026. 08. 0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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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 둥그라미심리센터 대표
박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 둥그라미심리센터 대표
박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동그라미심리센터 대표
박미영 문학박사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동그라미심리센터 대표

 

선생님, 휴가 잘 다녀오세요.

동료들의 인사를 들으며 기관을 나섰습니다. 몇 달 전부터 어렵게 낸 연차였습니다. 이용자의 일정을 조정하고, 프로그램을 미리 준비하고, 동료에게 업무를 인계한 뒤에야 비로소 휴가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어야지.

그렇게 다짐하며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행지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기관 단체방에 새로운 메시지는 없는지, 보호자에게 연락이 온 것은 아닌지, 직원이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용자에게 갑작스러운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마음은 계속 기관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연락은 없었지만 마음은 쉽게 놓이지 않았습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순간에도, 카페에 앉아 있는 순간에도, 잠들기 전에도 습관처럼 기관 소식을 확인하자 옆에 있던 가족이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여행 왔는데 휴대폰은 좀 내려놓아요.

그 말을 듣고 웃으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았지만, 마음 한편은 여전히 기관에 남아 있었고 여행 마지막 날 캐리어를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여행의 아쉬움이 아니라 ‘내일부터 또 출근이네’라는 걱정이었습니다.

분명 휴가를 다녀왔는데 몸은 무겁고 마음은 지쳐 있었습니다. 쉬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쉬지 못했던 것입니다. 몸은 여행지에 있었지만 마음은 단 하루도 일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같은 기관에서도 휴가를 보내는 방식은 다릅니다. 업무를 동료에게 믿고 맡긴 채 온전히 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 업무를 떠올리고 혹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휴가 중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 차이가 책임감의 차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책임감의 크기가 아니라 회복하는 방식의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휴가를 떠나는 순간부터 마음 한편에는 작은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내가 쉬는 동안 동료가 더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보호자가 연락했는데 내가 없어서 불편하지 않을까.

평가 준비에 차질이 생기면 어떡하지.

누구도 휴가 중에 일하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저는 스스로 일을 내려놓지 못했고, 생각해 보면 사회복지사가 된 이후 우리는 어쩌면 쉬는 것에도 미안함을 느끼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용자를 먼저 생각하고 동료를 배려하며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는 사회복지사에게 꼭 필요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책임감이 지나치게 커지는 순간 그 마음은 나를 지키는 힘이 아니라 나를 지치게 하는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퇴근 후에도 마음속으로 계속 일을 하고 휴가 중에도 현장의 걱정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 채 몸은 쉬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기관에 남아 있어 휴가를 다녀왔는데도 개운하지 않고 다시 출근하는 순간 이미 지쳐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휴식 시간이 아니라, 쉬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마음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쉬는 순간에도 일을 놓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단순히 휴식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쉬었느냐보다 쉬는 동안 마음이 업무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었느냐입니다.

심리학자 사비네 소넨탁(Sonnentag, 2003)은 회복이 단순히 일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업무와 심리적으로 분리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몸은 휴가지에 있어도 마음이 계속 업무에 머물러 있다면 충분한 회복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를 심리적 분리(Psychological Detachment)​라고 합니다. 심리적 분리는 업무에 대한 걱정과 책임감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삶과 휴식에 집중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연구에서도 업무 시간 이후 심리적으로 일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다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에너지가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Sonnentag, 2003)

국내 연구에서도 박형인 외(2011)는 업무 외 시간에도 일을 계속 떠올릴수록 회복이 어려워지며 심리적으로 업무에서 벗어날 때 회복 경험이 높아진다고 보고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회복지사는 몸보다 마음이 먼저 출근하는 직업인지도 모릅니다. 휴가 중에도 이용자를 걱정하고 보호자의 연락을 기다리고 동료의 업무를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휴식은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까지 업무에서 잠시 내려놓을 때 우리는 다시 이용자 곁에 설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사가 건강하게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쉬는 것에 대한 마음의 허락이며 휴가를 앞두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에도 기관은 운영되고 동료들은 각자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동료를 믿고 업무를 인계하는 것은 책임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조직을 신뢰하는 또 다른 책임이며 휴가 중에는 기관 메신저와 메일 알림을 잠시 꺼두고 정말 급한 일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라는 안내만으로도 충분히 책임 있는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휴가 마지막 하루는 다시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남겨두십시오.

좋은 사회복지사는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래도록 이용자 곁에 머물기 위해 자신의 마음과 에너지를 돌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잘 쉬는 것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현장을 지키기 위한 사회복지사의 중요한 전문성입니다.

쉼은 단순히 일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잠시 내려놓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함께 쉴 때 우리는 다시 누군가의 곁에 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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