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3일 화요일RSS
대전충남뉴스

지역의 이야기를 더 깊이, 독자와 더 가까이

시론

익어가는 노년, 지혜의 도서관을 열다

익어가는 노년, 지혜의 도서관을 열다

강양자 기자입력 2026. 08. 03. 13:15 · 수정 2026. 08. 03. 13:15
스레드텔레그램이메일

교육학박사. 사회복지사. KS행복경영연구소장

걍양자 교육학박사 (사진 =대전충남뉴스)
걍양자 교육학박사(사진 =대전충남뉴스)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우리 사회에서 노년은 여전히 ‘돌봄의 대상’이나 ‘사회적 비용’이라는 언어로 불릴 때가 많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나는 노년의 삶은 몇 개의 단어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훨씬 깊고 다채롭다.

한 사람의 노년에는 살아온 시간만큼의 이야기가 쌓여 있다.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만남과 이별을 지나며 얻은 경험과 깨달음이 켜켜이 담겨 있다. 그래서 노년은 낡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삶이 가장 깊게 익어가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살아온 경험으로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건넸고, 누군가는 지나온 삶에서 얻은 지혜를 들려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 곁에는 아직 우리가 제대로 읽지 못한 수많은 ‘지혜의 도서관’이 있다고.

노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는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엇을 사랑했는지, 무엇을 견뎌냈는지, 어떤 실패를 지나왔는지, 무엇을 끝까지 지켜냈는지. 그 경험은 혼자 간직할 때보다 누군가와 나눌 때 더욱 큰 가치가 된다.

노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을 더해주는 일만이 아니다. 자신의 경험이 여전히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 사회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노년에게 무엇을 더 줄 것인가가 아니라, 그들이 평생 쌓아온 지혜를 어떻게 사회와 연결할 것인가.

한 사람의 인생은 하나의 책과 같다. 오래 살아온 만큼 그 안에는 쉽게 읽히지 않는 깊은 문장들이 있다. 그 문장을 우리가 함께 읽고 나눌 때 노년은 돌봄의 대상에서 지혜의 주체로, 사회적 부담에서 공동체의 소중한 자산으로 새롭게 자리할 수 있다.

인생은 오래될수록 낡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낸 시간만큼 깊어진다.

우리 곁에 이미 존재하는 지혜의 도서관을 이제는 기꺼이 열어야 할 때다.

[필자 소개]

강양자 | 교육학박사·사회복지사·KS행복경영연구소장

40여 년간 교육·복지 현장에서 인간의 존엄과 삶의 질을 연구해 왔다. 최근에는 ‘관계의 기술’로서의 나눔과 웰 리빙(Well-living) 문화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강양자 기자다른기사 보기

독자 댓글

댓글은 등록 즉시 공개됩니다. 개인정보, 욕설, 광고는 남기지 말아 주세요. 삭제 요청은 신문사에 문의해 주세요.

0/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