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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아존중감의 빈부 격차

마음 생태계가 만드는 성장의 차이

현승수 기자입력 2026. 08. 10. 16:40 · 수정 2026. 08. 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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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조문교 대전광역시공원관리사업소 주무관
문학박사 조문교 대전광역시공원관리사업소 주무관

 

같은 씨앗이라도 모든 나무가 같은 크기나 모습으로 자라지는 않는다. 햇빛이 잘드는 곳에 뿌리를 내린 나무는 곧게 하늘을 향해 자라지만 바위틈에 떨어진 씨앗은 물 한방울, 흙한줌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때로는 거센 바람을 버텨내고, 메마른 계절들을 지나오면서 조금씩 뿌리를 내리는 동안 성장의 속도는 더디고 가치를 펼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바위틈의 나무가 씨앗부터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나무가 살아가야 하는 생태환경이 달랐을 뿐이다. 씨앗의 가능성은 같았지만 햇빛과 물, 흙,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환경이 서로 다른 성장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사랑과 신뢰, 격려라는 햇살 속에서 자신을 믿는 법을 배우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무관심과 비교 등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며 성장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타고난 가능성의 크기만이 아닌 그 가능성이 자라날 수 있었던 환경이며 그 환경이 만들어 내는 가장 중요한 열매가 바로 자아존중감이다. 자아존중감은 혼자 만드는 감정이 아니다. 양육자로부터의 인정, 교사의 격려, 친구들과의 관계, 지역사회의 돌봄, 경제적 안정감 등이 오랜 시간 축적되어 형성되는 마음 생태계이다. 따라서 자아존중감의 차이는 개인의 능력 이전에, 삶을 둘러싼 생태환경의 차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심리학에서는 자아존중감을 개인의 단순한 성격 특성에 머무르지 않고 심리적 자본(Psychological Capital)​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 되고 있다. 경제적 자본이 미래의 기회를 넓혀 주듯, 자아존중감 역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실패를 극복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삶의 중요한 자산이다. 문제는 이 심리적 자본조차 출발선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 빈곤은 교육의 기회를 제한하고, 제한된 기회들은 교육의 격차를 교육의 격차는 경험의 차이를 경험의 차이는 결국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꾸어 놓는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과 "나는 원래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마음속에 축적된 경험의 차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시각에서 바라보면 자아존중감에도 경제적 부의 대물림처럼 보이지 않는 대물림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사랑과 존중, 신뢰를 충분히 경험한 사람은 높은 자아존중감을 바탕으로 또 다른 도전과 성취를 만들어 내고, 그 경험은 다시 자아존중감을 강화하는 선순환을 이룬다. 반대로 지속적인 무시와 비교,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자신을 믿을 기회를 잃은 채 낮은 자아존중감을 다음 경험으로 이어가는 악순환에 놓이기 쉽다. 결국 자아존중감의 빈부격차는 개인의 심리 차원을 넘어 교육, 건강, 인간관계, 사회적 성취까지 영향을 미치는 삶의 격차로 확장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복지와 교육을 확대하고, 다양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왔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경제적 격차를 너머 마음의 불평등, 즉 자아존중감의 빈부격차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자아존중감의 격차를 줄일 방법은 무엇일까?

숲은 중요한 답을 알려준다. 숲을 가꾸는 사람은 나무를 억지로 세우지 않는다. 나무가 건강하게 뿌리 내리고 자랄 수 있도록 흙을 비옥하게 만들고, 햇빛이 골고루 스며들도록 가지를 솎아내며, 물길을 열어 준다. 나무를 키우는 비결은 나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건강한 숲은 거목만 우뚝 선 숲이 아니다. 작은 나무도, 늦게 자라는 나무도, 서로 다른 모습의 생명들이 함께 뿌리내릴 수 있는 숲 이다. 건강한 사회 역시 다르지 않다.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의 속도로 자랄 수 있는 사람도 존중받는 사회, 서로에게 햇빛이 되고 바람막이가 되어 주는 사회에서 자아존중감의 빈부격차는 비로소 줄어들 수 있다.

자아존중감은 개인이 홀로 만들어내야 하는 사적 자신이나 경쟁력을 높이는 심리적 능력이 아닌 사회가 함께 키워낼 필요성을 가진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공공의 자산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아존중감의 빈부격차를 줄이는 일은 결국 누구나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복지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라 할 수 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숲을 만나 비로소 더 깊은 뿌리를 내리듯, 자아존중감 역시 공동체라는 숲 속에서 자란다. 우리가 진정으로 가꾸어야 할 것은 한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를 품어 주는 마음의 숲이다. 그 숲이 울창해질수록 자아존중감의 빈부격차는 줄어들고,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하고 단단한 공동체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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