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습니다.” 사회복지사에게 참 익숙한 말입니다. 어느 날 아침 몸이 무거웠습니다. 감기 기운도 있었지만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었고 이용자들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신할 사람도 마땅하지 않아 평소처럼 출근했습니다. 동료가 제 얼굴을 보며 “괜찮아요?”라고 물었고, 저는 웃으며 “네, 괜찮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괜찮지 않았습니다. 퇴근 후 병원을 찾으면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왜 이용자에게는 쉬어도 된다고 말하면서 나는 나에게 쉬어도 된다고 말하지 못했을까?
돌이켜보면 아픈 몸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빠지면 동료가 힘들 텐데.’ ‘다른 사람들도 힘든데 나까지 힘들다고 하면 안 되지.’ ‘이 정도는 내가 감당해야지.’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오히려 나 자신을 더 지치게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회복지사는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는 민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어려움은 뒤로 미루게 될 때가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데에는 자기낙인(Self-Stigma)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도움을 받는 자신을 약하거나 부족한 사람으로 바라보면 필요한 순간에도 도움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진경미와 권경인(2015)은 국내 기업체 종사자 596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자기낙인이 전문적인 도움을 구하려는 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가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늘 다른 사람을 돕는 사회복지사에게도 자신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왜 어려운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나는 도움을 받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그래서 이제는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기 전에 잠시 멈춰보려고 합니다. 지금 정말 괜찮은지, 이 일을 혼자 감당할 수 있는지, 지금 필요한 것이 더 버티는 것인지 도움을 받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작은 부탁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이것만 같이 해주실래요? 오늘은 제가 조금 힘들어서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책임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알고 필요한 도움을 연결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용자에게 말합니다. 힘들면 도움을 요청하세요. 그 말을 오늘은 나 자신에게도 건네보면 어떨까요? 사회복지사도 사람입니다. 늘 괜찮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만큼은 습관처럼 나오는 “괜찮습니다.” 대신 “저도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괜찮지 않을 때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어쩌면 그 작은 용기가 나와 동료, 이용자를 오래 지키는 힘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