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현장에서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은 업무의 양만이 아니다. 때로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감정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어느 날 이용자가 이동하다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있었다. 직원들은 곧바로 상황을 확인하고 조치했지만, 보호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조금 더 잘 살펴주셨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또 다른 날에는 이용자의 건강과 위생 상태가 걱정되어 병원 진료를 권유했다. 이후 문제가 생기자 직원의 관리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순간 억울했다. 하루 종일 이용자의 식사와 약, 이동과 화장실, 건강과 안전을 살피지만 그 과정은 보이지 않고, 문제가 생긴 순간의 책임만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더 힘든 것은 속상한 마음을 안고도 다시 평온한 얼굴로 이용자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관계 속에서 일한다. 이용자의 감정을 받아주고 보호자의 걱정을 듣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도 조절해야 한다. 정은해·김혜미(2025)는 사회복지사 19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감정노동이 높을수록 소진이 높아지며, 자기돌봄이 소진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결국 필요한 것은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과 에너지를 돌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이용자와 보호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따뜻한 웃음과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에 다시 힘을 얻는 날도 있다.
그래서 사람 때문에 지치면서도 다시 사람을 바라본다.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기에 모두에게 잘하고 싶다. 하지만 모두를 배려하다 내가 먼저 지쳐버린다면 오래 사람을 도울 수 없다.
이용자를 존중하는 것과 사회복지사가 다쳐도 괜찮다는 것은 다르다. 보호자를 이해하는 것과 모든 책임을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다르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은 나누고, 필요한 순간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전문적인 실천이다. 사람을 돕는 사람에게도 돌봄은 필요하다.
오늘도 사람 때문에 지쳤지만,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것도 사람이다. 다만 그 사람들 가운데 나 자신도 소중한 한 사람으로 넣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