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요. 사회복지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합니다. 이용자를 만나고, 프로그램과 서류를 준비하고, 맡은 일도 하나씩 해냅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누군가가 다시 서류를 펼쳐봅니다. 이 부분은 확인했나요, 이 내용은 조금 더 정리가 필요하겠네요, 이것까지 정리해서 주셔야 해요. 그제야 알게 됩니다. 내가 보기에는 끝낸 일이지만, 다음 사람이 다시 확인하고 빠진 부분을 채우고 전체 흐름을 정리해야 한다면 그 일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조금 더 하면 되지, 이번에는 내가 도와주지, 저 사람이 힘들다니까 내가 하면 되지 하며 넘어갑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상황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한 사람을 돕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몫이 되고, 그 일을 대신 감당하던 사람에게는 업무와 부담이 하나씩 쌓이기 시작합니다. 결국 서로를 배려하기 위해 했던 일이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지속적인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은 있지만, 계속 대신해주는 것이 서로를 위한 방법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때 문득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것이 정말 내 역할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나는 성격상 안 된다고 말하며 해보기도 전에 스스로를 가로막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어렵다고 해서 앞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배우고, 노력하고, 연습하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넓어집니다. 내가 피한 일을 누군가가 계속 대신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어느 순간 왜 내 일이 아닌데 내가 계속 해야 하지 하는 부담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배울 수 있는 직장과 새로운 일을 경험할 기회가 있다면 그곳을 단순히 일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은 내가 배우고 성장하며 내 역량을 펼쳐볼 수 있는 나의 무대일지도 모르니까요. 주어진 역할을 피하기보다 하나씩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사회복지사로서 성장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은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기에 서로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도 각자가 맡은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홍석자·서상범(2011)은 역할모호성·역할갈등·역할과다가 사회복지사의 소진과 관련됨을 확인했으며, 오승환·한은영·김유경(2024)도 직무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소진이 높아지는 관계를 보고했습니다. 결국 함께 일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몫을 계속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필요한 순간 서로 돕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내가 맡은 일을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내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가. 어려운 일을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배우며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내 몫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나와 동료의 소진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배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