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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존중감의 늪, 건너기

자아존중감의 늪, 건너기

현승수 기자입력 2026. 10. 01. 13:58 · 수정 2026. 10. 0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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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교 문학박사 대전광역시공원관리사업소 주무관
조문교 문학박사 대전광역시공원관리사업소 주무관

 

늪은 처음부터 위험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부드럽고 평평한 땅의 모습으로 평온을 보여준다. 그런 평온한 늪의 모습에 우리는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한 걸음씩 들어갈수록 발은 더 깊숙하게 가라앉고, 빠져나오려는 힘마저 점점 약해진다. 자아존중감도 때로는 늪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시작한 마음들이 어느 순간 타자들과의 비교와 인정에 묶이면서 자아존중감은 더 이상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평가하고 타인의 시선에 비추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기준으로 변해간다. 처음에는 나를 지키기 위해 내디딘 마음이 어느 순간 나를 가두는 늪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아존중감의 늪이다. 늪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더 많이, 더 멀리, 더 오래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움직임을 잠시 멈추고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다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단단한 땅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자아존중감의 늪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기자비(self-compassion)가 필요하다. 자기자비는 실패하거나 부족한 자신을 무조건 감싸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자신을 가혹하게 판단하거나 몰아세우기보다 자신에 대한 이해와 친절의 태도이다. 타인의 인정으로 나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마음에서 벗어나 내가 나 자신에게 안전한 사람이 되어줄 때 비로소 자아존중감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는 실패했다”와 “나는 실패한 사람이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나는 실패했다”는 경험에 대한 진술이고 “나는 실패한 사람이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판단이다. 실패는 나에게 일어난 하나의 사건일 뿐, 나의 전부를 설명하는 이름이 될 수는 없다.“실패한 경험”과 “실패한 사람”의 규정 사이에는 분명한 간격이 있으며 우리는 그 간격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실수한 행동과 자신의 가치를 구분하고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으며 타인의 조언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때 비로소 늪에서 빠져나올 공간이 생긴다. 자기자비는 바로 그 공간을 만들어준다. 나를 끊임없이 평가하고 몰아세우는 대신, 부족하고 흔들리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늘 성장하고 성취하는 존재일 수 없다. 때로는 흔들리고, 멈추고, 잃어버리기도 하며 다시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더 높이 자라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순간에도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늪의 한가운데 서 있는 순간이라면 이제는 스스로 질문을 바꿀 수 있다.“나는 얼마나 큰 나무인가”가 아닌“나는 어떤 숲에서 어떤 나무로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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