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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진과 회복 사이에서

혼자 하는 것이 익숙해졌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현승수 기자입력 2026. 10. 05. 13:50 · 수정 2026. 10. 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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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박미영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동그마미심리센터대표
문학박사 박미영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동그마미심리센터대표

 

어떤 직원은 일을 하면서도 질문을 잘하지 않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몇 번 이야기해도 혼자 고민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왜 물어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유가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모를 때도 있었고, 설명을 들었지만 전체적인 업무 흐름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질문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한 번 설명하면 바로 이해했지만, 누군가는 직접 해보고 다시 설명을 들어야 비로소 이해했다. 사람마다 배우고 익히는 방식이 달랐다.

그래서 그 모습을 단순히 ‘의지가 부족하다’거나 ‘소극적이다’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사회복지 현장은 늘 바쁘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배우는 것일 수 있다. 경력이 쌓인 사람에게는 당연한 업무도 처음 일을 시작한 사람에게는 전체적인 흐름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제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구나.’ 모르는 것을 묻지 않는다고 해서 배우려는 의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조차 모르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질책보다 어려움을 함께 찾아보고 다시 설명해 주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답답했다. ‘모르면 물어보면 되는데, 왜 혼자 고민할까?’ 그런데 지켜볼수록 나 자신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이 사람이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 질문 하나가 생각을 조금 바꾸어 놓았다.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아직 어려운 일일 수 있었다. 사람을 빨리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 편하게 묻고 배우고 다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함께 일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배우고 적응하는 데에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강선경(2008)은 사회복지관과 상담센터의 수퍼바이저와 수퍼바이지를 대상으로 수퍼바이저와의 협동관계가 업무만족과 소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연구에서는 수퍼바이저와의 친밀감이 높을수록 업무만족과 관련되고, 정서적 소진과 비인격화는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결국 무엇을 가르치는가만큼, 편하게 묻고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알아서 하세요.’​와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함께 찾아봅시다.’ 말은 짧지만 그 차이는 크다. 배우는 사람에게는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되고,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뒤늦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누군가의 실수를 판단하기 전에 “어떤 부분이 어려웠나요?”라고 한 번 더 물어보기. 나 역시 모르는 일은 혼자 고민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기. 함께 배우는 관계는 누군가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소진을 덜어주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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