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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진과 회복 사이에서

소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현승수 기자입력 2026. 10. 28. 11:31 · 수정 2026. 10. 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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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박미영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동그라미심리센터대표
문학박사 박미영 동그라미발달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동그라미심리센터대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용자의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일만으로도 보람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 업무에 익숙해졌지만, 맡아야 할 일은 여전히 많았다. 이용자 지원부터 보호자 상담, 기록과 행정업무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거나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됐다.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부담스러웠고, 반복되는 업무는 지루하게 느껴졌다. 주변에서도 힘들다는 이야기가 이어지면 나 역시 일의 어려움에만 집중하게 됐다. 처음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들이 어느새 버거운 과제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 아닐까. 해야 할 일에만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내가 일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안에서 얻는 보람을 바라본다면 하루를 조금 다르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생각을 바꾼다고 모든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업무가 많으면 여전히 지치고, 마음처럼 일이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힘든 점에만 집중하다 보면 일의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지고,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와 보람은 놓치기 쉽다. 반대로 작은 변화와 성과를 발견하면 바쁜 하루 속에서도 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누구는 힘들다고 말하고, 누구는 바쁜 가운데서도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 이러한 차이는 업무량뿐 아니라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정도와 업무 환경 등 여러 요인에서 비롯될 수 있다. 이명신(2004)은 사회복지사의 소진과 직무스트레스의 관계를 살펴보았으며, 오승환·한은영·김유경(2024)은 자기 돌봄, 직무스트레스, 소진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이는 소진을 이해할 때 개인의 경험뿐 아니라 직무스트레스와 회복을 위한 여건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무리 일에서 보람을 찾으려 해도 업무 부담이 지속되고 필요한 지원이 부족하다면 지칠 수밖에 없다. 결국 소진을 예방하려면 일의 의미를 발견하려는 노력과 함께 업무 부담을 나누고 조정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오늘 내가 해낸 일에서 작은 보람과 감사함을 발견해 보자. 동시에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은 동료와 나누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자. 일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서로의 어려움을 나눌 때, 우리는 조금 더 건강하게 오래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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